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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취약계층

기후 위기 시대의 반려동물과 취약계층: 함께 살아남기 위한 지원책

기후 위기로 인해 매년 반복되는 폭염과 한파, 집중호우와 산불은 더 이상 특정 국가나 계층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은 물론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에게도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취약계층이 키우는 반려동물 또한 취약계층과 함께 기후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기후 취약계층과 반려동물을 위한 기후재난 지원책

한국 사회에서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기후 재난 상황 속에서 반려동물과 취약계층은 여전히 제도 밖에 놓여 있습니다. 저소득 가구, 독거노인, 장애인 가구 등은 반려동물을 함께 보호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며 재난 발생 시 동물과 함께 대피하거나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후 위기 시대, 취약계층과 반려동물이 함께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제도적 대안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기후 재난이 반려동물과 취약계층에게 미치는 이중의 피해

기후 재난은 단지 온도 변화나 기상 이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영향은 인간과 동물이 살아가는 환경 전체에 걸쳐 있습니다. 특히나 폭염과 한파는 인간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에게도 치명적인 위협입니다. 폭염 시, 사람도 그러하듯 반려동물에게도 역시 직접적인 건강 위협이 되며 온열질환, 탈수, 열사병 등의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하지만 고령자나 저소득층 가정은 냉방기기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환경에 있는 경우가 많고 당연히 반려동물도 이러한 조건 속에서 고통을 겪게 됩니다. 반면, 한파 역시 중 소형견이나 노령묘 등에게 매우 위험한 기후입니다. 실내 온도가 낮은 주거환경에서는 사람도 체온 유지가 어렵듯이 반려동물도 추위로 인한 질병 발생률이 크게 증가합니다. 그런데 취약계층은 난방비 부담으로 난방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꺼두는 경우가 많아 결국 반려동물도 함께 고통받게 됩니다. 즉, 사람이 추운 집에서는 반려동물도 춥고, 사람이 덥고 숨 막히는 공간에서는 반려동물 역시 동일한 스트레스를 겪습니다. 이는 함께 살아가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기후 취약성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재난 발생 시 대피가 불가능한 반려동물과 기후 취약계층

기후 재난 발생 시 ‘대피’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생존 수단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취약계층과 반려동물에게 매우 가혹합니다. 공공 대피소나 쉼터 대부분은 반려동물 동반 입장이 불가합니다. 특히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고령자나 1인 가구는 반려동물을 버리는 선택을 하지 못해 위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집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반려동물을 홀로 남겨둔 채 대피해야 하는 이중적 고통을 겪게 됩니다. 이러한 심리적 고립은 재난 스트레스를 더욱 증폭시키고 사회적 구조로부터 단절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 가정이나 차량이 없는 저소득 가구는 반려동물과 함께 안전하게 대피할 수단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아 ‘대피할 수 없는 재난’을 그대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반려동물 보호는 곧 기후 취약계층 복지의 연장선

반려동물 보호는 단순히 동물 애호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실에서는 반려동물이 취약계층의 정신적 안정을 지탱하는 심리적 지지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독거노인, 1인 청년 가구, 우울증을 겪는 장애인 가정 등에서는 반려동물과의 유대감이 사회적 연결과 정서적 회복의 주요한 매개체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반려동물을 동반한 재난 대응은 단순히 동물 보호를 넘어서 사람의 정신 건강과 복지까지 보호하는 통합적 대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후 위기 대응 정책에서도 반려동물을 ‘짐’이나 ‘변수’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에 필수적인 공동 대피 대상자로 인식해야 합니다. 이는 재난 발생 시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는 첫 번째 단추입니다.

국내외 정책 현황과 제도적 한계

한국에서는 현재 반려동물과 재난 대피 관련한 정책이 일부 존재하지만, 매우 제한적이고 지역별 격차가 큽니다. 행정안전부는 2020년 이후 ‘동물 동반 대피 지침’을 마련했으나 실제로 이를 적용한 지자체는 소수이며 대부분의 공공 대피소에서는 여전히 동물 출입이 제한됩니다. 또한 반려동물을 위한 쉼터나 보호소 역시 임시 보호 위주로 운영되며 냉난방, 공간 위생, 음식 제공 등에서 품질 관리가 미흡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노년층은 이 같은 정보를 알거나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실질적 수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동물 동반 대피소를 법제화하고 있으며 재난 시 반려동물 전용 텐트 구역과 분리형 쉼터를 마련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머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국 일부 주(州)에서는 자연재해 발생 시 반려동물을 두고 피난처에 입소하지 못하는 것을 고려해 애완동물 긴급 대피 차량(PET Rescue Van)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노인과 장애인 가정에는 직접 반려동물 이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존재합니다.

기후 취약계층과 반려동물이 함께하기 위한 정책

반려동물과 취약계층이 함께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이 필요합니다. 첫째, 동물 동반이 가능한 대피소 확대 및 시설 표준화가 필수입니다. 케이지, 급수기, 소음 차단 등을 갖춘 반려동물 전용 공간이 있는 공공 대피소를 지역별 최소 1곳 이상 마련해야 합니다. 냉난방, 환기, 위생 관리가 가능한 환경 설계가 필요하며 장애인이나 고령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폭염·한파 시 취약계층에게 제공되는 긴급 키트처럼 반려동물용 생수, 식량, 담요, 응급약품 등이 포함된 반려동물 지원 키트를 재난 시 제공해야 합니다. 셋째, 복지부, 농식품부, 지자체가 연계하여 반려동물 보유 취약계층에 대한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재난 시 선제 대응이 가능하도록 반려동물 등록 정보와 취약계층 데이터 연동을 해야 합니다. 넷째, 이동 수단이 없는 가정을 위한 동물 구조 및 대피 지원이 필요합니다. 차량이 없는 가구를 위한 ‘반려동물 동반 이동 서비스’를 마련하여, 보호자와 동물이 함께 이동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반려동물 동반 재난 대응 교육 및 매뉴얼 배포가 필요합니다. 고령자, 장애인, 저소득 가정을 대상으로 그림·영상 중심의 동물 동반 재난 행동 요령을 보급하고 지역 동물보호단체와 연계하여 현장 교육도 병행해야 합니다. 기후 위기 시대의 생존은 단지 인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반려동물이 곧 ‘가족’이고, ‘삶의 이유’이며, ‘정신적 버팀목’입니다. 그렇기에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취약계층을 위한 기후 재난 대응은 단순한 ‘배려’를 넘어 사회 정의와 생명권에 대한 실천적인 해답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이제 동물과 사람을 따로 생각하지 않고 함께 살아남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기후 복지의 시작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