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취약계층 관련 가짜뉴스와 오해 바로잡기
기후 위기가 심화하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재난에 대한 경각심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기후 관련 정보의 홍수 속에서 왜곡된 주장이나 가짜뉴스, 편견이 확산되는 현상도 함께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 취약계층’과 관련해서는 그들의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편견 어린 시선이나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오해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는 복지 제도를 악용하는 집단으로, 또 일부는 그들의 삶이 기후 변화와 무관한 생활 문제로 간주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사회적 공감과 정책적 집중이 분산되고 실질적인 해결을 위한 협력이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올바른 인식이 확산 될 수 있도록 기후 취약계층을 둘러싼 대표적인 가짜뉴스와 오해를 정리하고, 이를 근거 기반으로 바로잡음으로써 사회 구성원 모두가 협력을 위해 기후 위기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오해 1 : “기후 취약계층은 원래 환경에 무관심하다”
많은 사람이 기후 취약계층이 기후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본인의 건강·안전 문제를 스스로 관리하지 못하는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조사 결과를 보면, 기후 취약계층일수록 폭염, 한파, 미세먼지 등에 대한 체감 정도가 매우 높습니다. 왜냐하면 낙후된 주거환경 속에서 실질적인 위험을 매일같이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됩니다. 이들이 기후 변화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낮은 정보 접근성과 실천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폭염 예보가 문자로 전송되어도 일반 휴대폰을 사용하는 고령자는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고, 외국어를 읽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는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또한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요금이 부담되어 사용하지 않는 가정도 많습니다. 즉, 기후 취약계층은 기후 문제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는 것이며,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생겨난 편견은 잘못된 인식입니다.
오해 2 : “에너지 바우처나 지원금은 남용되고 있다”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나 냉방/난방비 지원이 무분별하게 지급되고 있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되곤 합니다. 그러나 실제 지원금 수급 현황을 보면 정반대입니다. 에너지 바우처 제도는 매우 엄격한 자격 기준과 신청 절차를 거쳐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지급 후에도 실제 사용률이 낮은 편입니다. 일부 수급자는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하거나, 사용 방법을 몰라 바우처를 소진하지 못하는 사례도 상당수 있습니다. 또한 제도 대상이 되는 계층은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 한정되어 있으며, 임의로 지원을 받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 밖에 있는 사람들이 에너지 바우처를 알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 전달과 신청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입니다.
오해 3 : “기후 취약계층은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
기후 취약계층을 향한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는 그들이 자신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인식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반대입니다. 쪽방촌에 사는 고령자가 폭염 속에서도 쓰레기 수거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거나, 일용직 노동자가 마스크 없이 고온에 노출된 채 일하는 사례는 흔합니다. 또한 기후 취약계층의 대부분 경우 에어컨, 공기청정기, 냉난방기기를 작동시키고 싶어도 전기요금 부담으로 사용을 포기하거나 기기 조작의 어려움으로 인해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들은 개인의 ‘게으름’이나 ‘무책임함’ 때문이 아니라, 제도적 한계와 환경적 제약으로 인해 대응 능력이 낮아진 것입니다. 이런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해석하는 것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차별적 시각입니다.
오해 4 : “재난은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착각
기후 재난은 지역, 성별, 계층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표현이 자주 사용됩니다. 그러나 실제 피해 양상은 전혀 공평하지 않습니다. 도시의 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과 반지하 주택에 사는 사람은 동일한 폭우를 겪더라도 결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고층 주택은 침수 가능성이 작고, 구조적으로 안전하며, 보험 등 복구 수단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습니다. 반면, 반지하나 지하 주택은 침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탈출도 어려우며, 복구에 필요한 자원도 부족합니다. 한파의 경우에도 전열기, 보일러, 단열재가 잘 갖춰진 가정과, 찬바람이 그대로 들어오는 노후 주택에 사는 가정은 같은 온도에서도 추위를 견디는 고통이 다릅니다. 이러한 사례는 기후 재난이 결코 모두에게 똑같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기후 취약계층은 구조적으로 더 큰 피해를 당한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오해 5 : “기후 대응은 환경운동이지 복지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탄소배출 저감’, ‘산림 보호’, ‘신재생 에너지 개발’ 등 기술 중심의 환경운동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 위기는 곧 인간의 생존과 건강, 주거, 노동, 식생활 등 복지 전반에 영향을 주는 문제이며 특히 기후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사회 복지적 대응이 필수입니다. 이미 다양한 국제 보고서에서는 기후 복지를 하나의 정책 영역으로 독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보건복지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기후 대응을 복지 관점에서 접근하는 융합 정책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즉, 기후 대응은 환경 보호를 넘어선 사람 보호, 특히 약한 사람을 위한 복지 실현의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해 6 : “기후 취약계층은 정책에 충분히 보호받고 있다”
기후 관련 정책이 매년 확대되고 있으며 예산도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가 자주 나오지만, 실질적으로 기후 취약계층이 정책적 혜택을 받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에너지 바우처, 냉난방비 지원, 쉼터 운영 등 다양한 제도가 존재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정보 단절, 복잡한 신청 절차, 낮은 참여율, 지속성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여름철 무더위쉼터입니다. 지정된 쉼터가 있다고 해도 해당 위치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이용 시간이나 접근성이 떨어져 실질적으로 무더위쉼터를 이용하지 못하고 폭염을 견뎌내는 사례가 많습니다. 또한 디지털 정보 접근이 어려운 고령자나 장애인은 신청부터가 큰 어려움입니다. 정책이 존재한다고 해서 보호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착시는 제도의 실효성 검토 없이 겉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비롯된 오해입니다. 기후 취약계층을 둘러싼 잘못된 인식과 가짜뉴스는 단순한 정보 왜곡을 넘어 정책 참여와 사회적 공감을 끌어내는데 큰 장애물이 됩니다. 그들은 무관심하거나 게으른 존재가 아니라, 제도와 사회가 먼저 손 내밀어야 할 보호 대상입니다. 이들의 실상을 정확히 알고, 잘못된 오해를 바로잡는 것은 기후 대응의 첫걸음이며, 공정한 정책 설계의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