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속 돌봄노동자의 역할과 기후 취약계층 지원 현황
기후 위기가 점차 가시화되면서 폭염, 한파, 미세먼지, 침수 등 재난 수준의 환경 변화가 우리의 일상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러한 기후재난에 대해 동일한 조건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고령자, 장애인, 독거노인, 중증질환자 등 이른바 ‘기후 취약계층’은 위험에 노출되는 정도가 훨씬 높고 재난 발생 시 스스로 보호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취약한 환경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요양보호사, 재가 간병인, 방문간호사,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 등 ‘돌봄 노동자’들입니다. 이들은 일선에서 기후 재난 속 취약계층을 직접 만나고 지원하며 실질적인 생명선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도적으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후위기 상황 속에서 돌봄노동자가 수행하는 역할과 현장의 지원 실태 그리고 이들을 위한 보호와 제도적 뒷받침이 왜 중요한지를 집중 조명 해 보고자 합니다.
기후 위기 속 기후 취약계층과 돌봄 노동자
기후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위협을 받는 것은 개인의 생명과 건강입니다. 특히 건강이 취약하거나 혼자서는 이동과 대처가 어려운 이들은 폭염이나 한파 속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돌봄 노동자들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기후 취약계층의 생명을 지키는 현장 대응자이자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폭염 속에서 요양보호사는 독거노인이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고 있는지, 냉방기기를 사용하고 있는지, 온열 질환에 노출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한파 시에는 실내 온도가 지나치게 낮지 않은지를 점검합니다. 또한 기후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거나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신속히 구조 요청을 하는 등 ‘재난 대응 사각지대’에 있는 기후 취약계층의 실질적인 대응 주체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돌봄의 영역을 넘어 기후 대응력 강화의 핵심 인프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돌봄 노동자들이 마주하는 기후 취약계층의 현실
돌봄 노동자들은 대부분 실내외를 빈번히 이동하며 교통약자 가정을 직접 방문하는 형태로 업무를 수행합니다. 그런데 기후위기 시대에는 이 이동 자체가 돌봄 노동자들에게 매우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폭염 경보가 내려진 날에도 이들은 야외 이동을 하며 에어컨도 없는 고온의 실내에서 장시간 돌봄을 수행해야 합니다. 한파 속에서는 미끄러운 골목길이나 눈이 쌓인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기후 취약계층을 방문합니다. 심지어 미세먼지 경보가 발효된 날에는 마스크만으로는 방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기적인 방문 일정을 지키기 위해 미세먼지 노출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돌봄 노동자들은 본인이 기후 재난에 직접 노출되면서도 여전히 노동 강도는 유지해야 하고 현장에서는 위기 대응 매뉴얼이나 안전 장비가 거의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돌봄 노동자를 위한 제도적 지원 현황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는 요양보호사와 같은 재가방문 종사자를 위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이나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기후 위기를 반영한 체계적인 지원제도는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폭염 시 냉방 복이나 수분 보충 물품을 제공받는 시스템은 일부 민간기관에서만 일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부분은 본인의 비용으로 냉방 용품을 해결해야 합니다. 재난 발생 시 안전 확보가 어려운 경우, 업무 중단이나 일정 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도 명확히 보장되지 않습니다. 또한, 돌봄 노동자들 상당수가 파견형, 계약직, 시간제 등 비정규직 형태로 고용되어 있기 때문에 기후 재난에 대한 안전망에서조차 소외될 위험이 큽니다. 결국 이들은 사회의 최전선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자신들은 가장 취약한 노동환경 속에서 스스로 안전을 확보하기 어려운 이중의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돌봄 노동자 없이 운영될 수 없는 기후 취약계층 지원 시스템
기후 위기가 반복될수록 복지 시스템의 역할은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복지 행정은 구조적으로 ‘서류 중심’이며 시스템 중심의 운영입니다. 실제로 대상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위기 징후를 발견하며, 응급 상황에 대응하는 것은 현장의 돌봄 노동자들의 역활 입니다. 만약 돌봄 노동자가 현장에 없다면, 폭염 속에 냉방기를 틀지 못하는 기후 취약계층의 상태를 알 수 없고 한파 속에서도 전기장판 하나 없이 지내야 하는 그들의 실태는 그대로 방치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돌봄 노동자는 단순히 복지서비스를 수행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기후 위기 대응의 최일선 인력이며, 지역사회 회복력의 핵심 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외 사례로 본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돌봄 노동자 보호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기후 재난 상황 속에서 돌봄 노동자 보호와 교육을 체계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재해 약자 지원 시스템’을 통해 돌봄 노동자에게 재난 대피 요령, 응급처치 방법, 기후별 위험 인지 훈련 등을 정기적으로 제공해 기후 재난 시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기후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홈케어 근로자 건강법안’에 따라 고온, 한랭, 대기오염 등 특정 기후 조건에서의 적합한 업무 환경 기준을 마련하고, 기후 재난 발생 시 보수적 접근에 기반한 근무 제한 권한을 돌봄 노동자에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히 근로자 보호를 넘어 기후 재난에 따른 돌봄 서비스 공백을 예방하는 전략으로도 작용합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제도적 변화와 과제
돌봄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어야 기후 취약계층이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첫째, 기후재난 대응 매뉴얼 구축 및 교육 의무화입니다. 기후재난별 행동 지침을 요양보호사, 간병인, 복지사 등에게 교육하고, 정기 모의훈련 실시를 통해 기후재난 시 스스로를 보호하며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업무 중 안전 장비와 보호 용품 제공을 제도화해야 합니다. 폭염 시 냉방 복, 냉음료 제공 혹은 한파 시 방한복, 장갑, 미끄럼 방지 구두 등을 제공해 돌봄 노동자들이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재난 상황 시 ‘업무 중단 요청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기상특보 발령 시 이동 유예 또는 긴급 대응 전환 시스템을 마련해 무리한 상황에서 활동으로 큰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넷째, 정규직 전환과 사회보험 강화입니다. 장기적으로 돌봄노동자의 신분 안정화를 통해 기후 대응 인력의 지속가능성을 확보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돌봄 노동자 건강 모니터링 체계 도입이 필수입니다. 정기 건강검진, 스트레스 상담, 심리치료 등 기후 스트레스에 대한 복지를 확대해야 합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기술이나 예산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현장에 있는 사람이 있고 위험을 미리 감지해주는 눈이 있고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는 존재가 있어야 진정한 기후복지가 작동합니다. 돌봄 노동자는 바로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안에 돌봄 노동자 보호라는 항목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야 누군가는 기후 재난 속에서도 안전하게 하루를 버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