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감정 노동’의 현장 기록
기후 위기의 시대 그 피해는 자연 그 자체보다 사람 사이의 불균형과 단절을 통해 더 깊고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후 재난은 물리적 피해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게 심리적 고립과 정서적 붕괴를 동반시키며 이들을 돕기 위한 여러 복지 시스템과 대응 체계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 시스템의 가장 말단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을 직접 만나 위기를 함께 감당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돌봄 노동자, 복지사, 자원봉사자, 마을활동가, 행정 현장 인력 등입니다.
이들은 단순한 물리적 업무를 넘어 기후 재난 속에서 감정적으로 소진되며 ‘감정 노동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고단함은 시스템 속에서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그들의 정신적 피로와 트라우마는 여전히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현장 감정 노동의 실태를 기록하고 이들이 겪는 정서적 소모와 구조적 문제를 살펴본 후, 향후 개선과 보호 방안을 함께 모색해 보겠습니다.
기후 취약계층 현장 돌봄의 본질은 감정 노동
기후 재난이 닥치면 가장 먼저 복지관 직원, 요양보호사, 마을 통장, 자원봉사자들이 재난 속 취약계층의 피해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지원을 하기 위해서 현장을 누빕니다. 이들의 활동은 단순히 물품을 전달하거나 문을 두드리는 수준이 아닙니다. 고립된 노인을 만나 생존을 확인하고 에어컨조차 없는 쪽방촌의 더위를 함께 견디며 집이 침수된 독거노인의 울음을 받아주고 한파 속에서 두꺼운 이불을 건네며 손을 잡습니다. 이러한 현장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서적 에너지가 오가고 이들이 짊어진 마음의 무게는 단순한 업무의 차원을 넘어서게 됩니다. 복지적 서비스는 물리적 구조보다 이 감정적 소통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감정 노동’이라는 단어가 필요한 것입니다. ‘감정 노동’이란 자신이 실제로 느끼는 감정을 억제하거나 조절하고 직업적 요구에 따라 특정한 감정을 표현하는 노동을 말합니다. 복지 현장의 감정 노동은 단지 친절함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자신의 감정과 무력감을 안으로 삼켜야 하는 복합적 감정 노동을 수행합니다. 기후 취약계층의 현실은 단지 불편한 것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를 위협받는 것이며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감정노동자는 동시에 죄책감, 연민, 분노, 피로감까지 함께 느끼게 됩니다. 그들의 ‘표정’ 뒤에는 말할 수 없는 무거운 감정의 층이 쌓여 있습니다.
기후 취약계층 현장 돌봄에서 체감되는 정서적 소모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돌봄 현장에서 감정 노동이 집중되는 순간은 대부분 재난 이후입니다. 2023년 여름, 서울의 한 쪽방촌을 돌보던 복지사는 하루 20가구 이상을 방문하며 냉방 물품을 전달하며 체력도 많이 소모된 상황에서 한 노인이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연이어 반복하는 상황에서 무기력감에 빠졌다고 고백했습니다. 한 장애인 복지기관의 활동가는 “집이 침수되었는데, 도와달라는 말을 잘 못하던 청년이 결국 눈물만 흘릴 때, 도울 수 있는 게 없다는 현실이 고통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감정노동자들은 대상자의 슬픔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감정은 억제해야 하는 이중적 긴장 속에 놓이게 됩니다. 결국 많은 현장 인력은 번아웃, 불면증, 무기력, 심한 경우 우울증으로 연결되며 이직률 증가와 복지서비스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기후 취약계층 돌봄 감정노동자들이 처한 구조적 문제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감정 노동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처우는 여전히 열악한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비정규직과 저임금 구조입니다. 복지관 위탁 직원, 자원봉사자, 돌봄 인력 등은 대부분 비정규직 형태로 고용되어 있어 고용 상태가 불안하며 또한 기후 재난 시 특별수당이나 휴식 보장이 없어 체력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지친 상태가 되기 쉽습니다. 둘째, 이들을 위한 심리 지원 부재입니다. 돌봄 활동을 통해 얻는 마음의 짐이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큰 스트레스지만, 이러한 정서적 고통을 호소할 창구가 없으며 직무 상담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프로그램은 극히 드뭅니다. 셋째, 감정 표현의 제한입니다. 현장에서는 전문성과 태도를 이유로 “공감하되 감정을 드러내지 말라”는 이중적 요구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공감과 감정 억제는 본질적으로 상충됩니다. 이로 인해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감정노동자들은 본인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기보단 더욱 혼란스러워집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으로 인정이 부족합니다. 시민들은 현장 인력을 단순한 공공서비스 제공자로 여기며 그들의 감정 노동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지나친 요구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해외 사례에서 배우는 감정 노동 보호 정책
일본의 경우 동일본 대지진 이후, 피해자와 긴밀히 접촉한 공무원과 복지사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검사와 정기 상담을 의무화했습니다. ‘감정노동 복지팀’을 구성하여 복지사 내부에 감정 상담을 지원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독일의 경우 재난 대응 봉사자와 복지사에게는 법적으로 ‘감정 회복 휴식일’이 보장되며 재난 대응 이후 정신과 진료비 일부를 보조금으로 처리합니다. 감정 노동자들에게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충분한 휴식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돌봄, 간호, 긴급 대응 등의 고위험 감정 노동 종사자의 감정노동 강도 평가 시스템을 마련하고 일정 기준 이상일 경우 자동으로 심리상담이 연계됩니다. 위 경우 공통점은 감정 노동자들에게 심리적 지원과 충분한 휴식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기후 취약계층 돌봄 감정노동자들 위한 제도적 개선
아직도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돌봄 노동자들에게 제도적 지원이 없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방향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첫째 감정노동자 보호를 법제화해야 합니다. 기후 취약계층 현장에 종사하는 인력을 ‘감정노동자’로 규정하고 정신 건강 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둘째 복지 종사자 정서 회복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감정노동 강도가 높은 업무 이후에는 일정 기간 상담, 쉼, 재충전 시간을 보장하는 ‘정서 회복 주간’ 제도화가 필요합니다. 충분한 휴식 후 다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감정노동 전담 상담 인력을 배치해야 합니다. 복지관, 주민센터 등 지역 복지 거점에 상주 심리상담사를 배치해 내부 직원과 봉사자의 감정 케어를 상시화해야 합니다. 감정노동자들을 위한 정서적 지원이 필수입니다. 넷째 감정노동을 반영한 수당 지급 체계 개선이 필요합니다. 기후 재난 시 현장 종사자에게는 감정 대응 수당이 지급될 수 있도록 예산을 책정하고 실질적 보상 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감정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시민 교육, 미디어 캠페인을 통해 감정노동의 중요성과 한계를 알려 복지 감정 노동자에 대한 존중 문화를 확산해야 합니다. 기후 위기는 단지 자연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감정, 관계, 구조를 시험하는 위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위기의 최전선에서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고 손을 잡아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바로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감정 노동자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그들을 위한 보호 제도는 거의 없습니다. 감정 노동자가 건강해야 취약계층이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