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취약계층

기후 취약계층과 인공지능 기술의 간극: 기술 격차가 만드는 이중고

theokh0918 2025. 7. 21. 23:02

기후 위기와 인공지능 기술은 지금 이 시대의 가장 큰 화두입니다. 전자는 생존의 문제이고 후자는 미래의 핵심 동력으로 여겨집니다. 인공지능(AI)은 기후변화 예측, 재난 대응, 에너지 효율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많은 국가와 도시들이 이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 기후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술 발전이 모두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후 취약계층과 인공지능 기술

특히 고령자, 저소득층, 장애인, 디지털 소외계층 등 이른바 ‘기후 취약계층’은 이러한 첨단 기술의 혜택으로부터 배제되고 오히려 정보 접근의 어려움과 디지털 활용 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어떻게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지를 간략히 살펴보고 동시에 이 기술이 취약계층과 어떤 간극을 만들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분석하겠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간극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제도적 노력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도 함께 제시하겠습니다.

인공지능이 기후 위기에 기여하는 방식

인공지능은 다양한 영역에서 기후 위기 대응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예측, 분석, 자동화 측면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은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습니다. 첫째 인공지능은 위성 사진, 기후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바탕으로 폭염, 태풍, 산불 등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조기경보 시스템에 적용되어 기후 데이터를 분석하는 역할을 합니다. 둘째 드론, 센서, AI 기반 플랫폼을 활용하여 피해 지역의 실시간 상황을 분석하고 긴급 구조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재난 대응 자동화가 가능합니다. 셋째 AI는 스마트빌딩, 스마트시티 기술에 적용되어 냉난방 에너지 소비를 조절하고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데 활용되어 에너지 효율 최적화에 사용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인공지능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대피소 배치, 자원 투입, 인력 동원 등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으며 그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입니다.

기술 발전의 그림자: 기후 취약계층과의 간극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혜택이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기후 대응 체계가 일반 시민에게 도입되면서 디지털 격차와 정보 소외 문제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첫째 기후 취약계층은 정보 접근이 단절되어 있습니다. 기후 재난 관련 알림은 이제 대부분 앱, 웹사이트, 문자 기반 자동 시스템을 통해 제공됩니다. 그러나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거나 모바일 데이터 요금이 부담되는 고령자·저소득층은 이러한 알림을 제때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폭염 특보가 발령되었을 때 기상청 앱이 자동으로 대피소 위치를 안내해도 해당 기능을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무의미한 기술입니다. 특히 시각장애인이나 한글 해독이 어려운 외국인 이주노동자에게는 이 정보가 완전히 차단됩니다. 둘째 인공지능 기반 행정 서비스의 장벽입니다. 최근 지자체는 복지 신청, 재난 지원 접수, 냉난방비 보조금 신청 등을 온라인 시스템이나 AI 상담 챗봇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인증 절차, 키오스크 중심 행정환경, 자동화된 음성 응답 시스템은 비문해자, 고령자, 정신적 취약계층에게는 오히려 진입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AI 상담 챗봇은 감정 이해나 특수 상황 대응 능력이 부족해 실제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차갑고 기계적인 서비스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AI가 분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제도 밖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AI 기반 행정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 대상을 자동 분류합니다. 그러나 주소가 일정하지 않거나, 서류가 불완전한 취약계층은 이 시스템에서 누락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주거 불안정 청년, 미등록 이주민, 쪽방촌 거주자는 ‘주소 기반 분석’에서 제외되어 지원 대상자로 인식되지 않으며 AI는 이들을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분류해 버립니다. 이로 인해 기술이 만든 ‘보이지 않는 배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기술 격차가 만든 기후 취약계층이 겪는 이중고

2022년 여름,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는 고령자 대상 폭염 대응 서비스로 ‘AI 기반 전화로 냉방 쉼터 위치를 안내’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 대상자 중 일부는 통화 연결 후 작동 방식에 익숙하지 않아 전화를 끊거나 ARS의 복잡한 메뉴를 이해하지 못해 안내 받지 못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한 재난지원금 신청 웹사이트에서 본인 인증을 위한 스마트폰 본인확인을 도입했지만 2G폰 사용자나 외국인 등록번호가 없는 이들은 신청을 완료할 수 없어 직접 방문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방문 신청 인력이 부족해 하루 수십 명이 대기하다가 포기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사례는 모두 기술적 시스템은 갖춰졌지만 그 기술이 취약계층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되었을 때 발생하는 ‘이중의 고통’을 보여줍니다.

기후 취약계층의 기술 포용을 위한 정책적 접근

인공지능 기반 기후 대응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기술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만 그 의미를 갖습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첫째 기후 취약계층에게 '디지털 접근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취약계층을 위한 디지털 접근권을 법적 권리로 명문화하고 기후 관련 재난 정보에 대해 문자, 음성, 인쇄, 방문 등 다중 채널을 통한 제공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둘째  AI 행정 시스템의 사용자 경험 개선이 필요합니다. 고령자·장애인·외국인을 위한 ‘쉬운 인터페이스’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모든 시스템에 음성 안내, 쉬운 용어, 대체 언어 기능을 도입해야 합니다. 셋쨰 오프라인 채널 병행은 필수입니다. 복지센터, 주민센터 등에서 오프라인 대면 신청이 가능하도록 구조를 유지하고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현장 인력 축소를 방지해야 합니다. 넷째 기술 설계 단계부터 ‘사회적 약자 시뮬레이션’을 적용해야 합니다. AI 시스템 개발 시 장애인, 노인, 비문해자 시나리오를 반영하여 보편적 설계를 전제로 한 기술 개발 문화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기반 AI의 한계를 보완해야 합니다. 기초생활수급자, 주소 미상자, 다문화가정 등을 포함한 정책 사각지대 데이터 연계 체계를 마련해 AI가 간과할 수 있는 대상을 제도 안의 대상자로 판단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기술 구조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혁신이지만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고립과 배제의 구조일 수 있습니다. 기술은 ‘공평한 접근’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오히려 사회적 불평등을 확대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AI가 모든 시민을 위한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바로 기술의 간극을 좁히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 시작은 사회의 가장 취약한 사람을 기준으로 기술을 설계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