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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취약계층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지역 커뮤니티 냉난방 공유 시스템

기후 위기의 시대 한파와 폭염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예측할 수 있는 계절성 재난이 아닌 예기치 못한 기후변화가 우리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 재난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고령자, 장애인, 저소득층, 주거 불안정 계층 등 이른바 ‘기후 취약계층’은 냉난방 설비가 부족하거나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생명에 직결된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커뮤니티 기반 냉난방 공유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즉, 특정 개인이나 기관이 보유한 냉난방 자원을 같은 지역의 이웃들과 공유하거나 공공 공간을 커뮤니티 쿨링/히팅 존으로 전환하여 모두가 함께 견디는 방식을 말합니다.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냉난방 공유 시스템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냉난방 공유 개념이 등장한 배경, 국내외 시도 사례, 실현 가능성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기후 취약계층의 냉난방 현실

폭염 속에서도 선풍기로 여름을 버티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파 속에서도 전기장판 하나로 지내는 집이 있습니다. 에너지 비용 상승과 주거 불안정, 노후한 건물 구조, 낮은 단열 수준은 기후 취약계층에게 냉난방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1인 가구 고령자의 35% 이상이 여름철 하루 6시간 이하로 에어컨을 제한해 사용하고 있으며 겨울에는 연료비 부담으로 실내 평균 온도를 15도 이하로 유지하는 사례도 확인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불편을 넘어서 건강 위협으로 이어집니다. 고령자의 경우 심부체온 조절이 어려워 폭염에 열사병 등 온열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높고, 한파 시에는 관절염 악화, 저체온증, 심혈관계 질환 발생 가능성이 증가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냉난방에 취약한 환경 속에서도 이들이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기 때문에 응급 상황이 발생해도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냉난방 공유 시스템이란

냉난방 공유 시스템이란 특정 개인, 단체, 또는 지역 사회가 보유한 냉난방 설비나 공간을 취약계층에게 공유 또는 개방하여 함께 사용하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이 시스템은 전통적인 복지 제도와는 다른 커뮤니티 중심의 자율적 협력 방식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여러 가지 형태로 구현될 수 있습니다. 첫째 공공시설을 시간제로 개방합니다. 도서관, 동주민센터, 종교시설, 학원 등이 낮에 개방되어 무더위/한파쉼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둘째 개인 에너지 자원을 공유합니다. 에어컨이나 전기히터가 설치된 집이나 방을 일정 시간 기후 취약계층인 이웃에게 개방해 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셋째 모바일 냉난방 쉼터입니다. 푸드트럭처럼 운영되는 이동형 쿨링·히팅 차량이 지역 내를 순회하며 이동하기 어려운 기후 취약계층에게 쉼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매칭할 수 있습니다. 냉난방이 가능한 공간 제공자와 필요자를 연결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해 매칭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유 시스템은 '기부'보다는 '서로 돕는 이웃'이라는 공동체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에너지 복지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국내 및 해외 냉난방 공유 시스템 사례

국내에서는 아직 ‘냉난방 공유’라는 개념이 제도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시도들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서울시 성동구는 무더위 쉼터 일부를 민간 참여형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민센터 중심의 쉼터 외에도 지역 내 종교시설, 민간 카페, 학원 등과 협약을 맺어 일정 시간 동안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쿨링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각 시설에는 ‘더위 쉼터’ 스티커가 부착되어 시민들이 쉽게 식별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부산 영도구는 찾아가는 이동형 쿨링존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도구는 고령자가 많은 지역 특성을 반영하여 에어컨이 설치된 이동 차량을 이용해 직접 마을을 돌며 ‘1시간 정차 쉼터’를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운영했습니다. 주민들은 차량 내부에서 냉방과 생수, 간단한 간식 등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광주광역시는 마을회관의 냉방설비를 공유화했습니다. 마을회관에 냉난방기를 설치하고 낮 시간대 지역 주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 사례입니다. 특히 지역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운영 시간과 규칙을 정하여 공동체 소통을 활성화한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해외에도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냉난방 공유 시스템의 우수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일본은 2011년 대지진 이후 전력 위기 상황에서 ‘쿨 쉐어(Cool Share)’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지역마다 카페, 학교, 커뮤니티센터 등이 에어컨을 가동한 상태로 개방되어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 모여 함께 냉방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이 캠페인은 시민들에게 절전 효과와 공동체 연대감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제공했습니다. 프랑스 파리는 쿨링 센터의 위치를 지도화시켰습니다. 폭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시 전역의 쿨링 존을 지도화하고 지역 상점들과 협력하여 상시 개방형 냉방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 시민들이 손쉽게 쉼터를 찾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냉난방 공유 시스템의 장점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냉난방 공유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실질적인 생명 보호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무더위와 혹한에서 생명을 위협받는 기후 취약계층에게 즉각적 지원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개별 냉난방보다 공동 이용이 에너지 효율이 훨씬 높아서 에너지 비용 절감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공동 이용을 통해 이웃과의 교류할 수 있어 심리적 안정 효과까지 볼 수 있으며 도움을 주고받으며 지역 내 연대감이 강화됩니다. 이로 인해 기후 취약계층의 사회적 고립이 해소되고 지역공동체 회복에도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 재정에 의존하지 않는 방식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어 더 많은 기후 취약계층이 복지를 누릴 수 있습니다.

냉난방 공유 시스템 구축의 장벽

냉난방 공유 시스템은 여러 장점이 있음에도 아직 확산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공간 제공자와 이용자 간의 신뢰가 부족합니다. 에너지 공유를 위해 자신의 공간을 빌려주어야 하는 만큼 안전성과 사생활 보호 장치가 필수입니다. 둘째 운영 인력과 관리 주체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지자체 또는 주민조직 중심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합니다. 셋째 에너지 비용 부담이 문제입니다. 전기료 일부를 공공 예산으로 보조하는 지원 정책이 필요합니다. 넷째 기후 취약계층의 접근성 확보가 필요합니다. 온라인 앱만으로는 접근이 어려우므로 오프라인 홍보와 안내를 병행해야 합니다.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냉난방 공유 시스템 향후 정책 방향

냉난방 공유 시스템 구축을 위해 다음과 같은 방향의 정책이 필요합니다. 첫째 지자체별로 ‘공공 및 민간 냉난방 공유 조례’를 제정해 운영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둘째 민간 시설 중 일정 기준을 충족한 곳에 ‘기후 쉼터 인증’을 부여하고, 운영비 일부를 보조하는 커뮤니티 쉼터 인증제 도입이 필요합니다. 셋째 냉난방 공유 시스템에 접근성을 위해 오프라인을 병행하면서 플랫폼 기반 매칭 시스템 개발도 필요합니다. 냉난방 쉼터 정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지도 기반 앱 구축이 필수입니다. 넷째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역 활동가 중심 운영 체계를 확보하고 통장, 복지사, 마을활동가 등에게 운영 지원비 지급등 지원이 필요합니다.마지막으로 기후복지 예산에 냉난방 공유 항목을 신설해 매년 기후 재난 대응 예산에 쉼터 운영비, 장비 보수비를 포함해 재정적인 지원이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