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는 단순한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을 확대시키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의 정도는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습니다. 사회적·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은 같은 재난을 겪더라도 더 큰 피해를 당하고, 회복하는 기간도 더 길어집니다. 이에 따라 세계 여러 나라들은 기후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 중에는 지역 환경에 맞는 창의적인 접근법으로 주목받는 사례들도 존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주요 국가의 기후 취약계층 대응 사례를 비교 분석하면서, 어떤 방법이 기후 취약계층에게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왔는지 또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인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전 세계적 기후 위기 속에서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한 국제사회의 대응 노력을 이해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미국의 정책 : 재난 예방 통합 시스템과 기후 대응 복지 연계
미국은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중심으로 기후 재난 대응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저소득층과 노인, 장애인 등을 위한 재난 대응 복지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재난 발생 시 FEMA는 즉각적으로 해당 지역에 구호 자금을 투입하고, 대피소를 개방하며, 심리 지원팀 및 건강관리팀을 함께 파견합니다. 특히 허리케인, 산불 등 대규모 기후 재난 이후에는 사회복지국과 연계하여 생계비, 주거비, 의료비 등을 신속히 지원합니다. 이와 함께 'Weatherization Assistance Program'이라는 제도를 통해 저소득층 가구의 단열, 창호 교체, 에너지 설비 개선 등을 실질적인 개선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으며, 이는 사전 예방적 조치로서 에너지 절감과 건강 보호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미국 정책의 특징은 미국이 주마다 기후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주마다 자율적으로 프로그램을 확대·응용할 수 있어 지역별 기후 상황에 맞는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반면, 연방과 주 정부 간 예산 분담이나 집행 속도에 대한 분쟁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독일의 정책 : 지속 가능한 주거 정책
독일은 기후 취약계층을 ‘기후정의(Climate Justice)’라는 개념 안에서 바라보며, 사회주택(Social Housing) 정책과 기후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는 대표 국가입니다.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 개념을 적용한 공공임대주택을 기후 취약계층인 저소득층과 고령자를 대상으로 정부가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설계 방식은 고단열, 고기밀 구조로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여름철에는 시원하고 겨울철에는 따뜻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줍니다. 또한 독일 정부는 연방 차원에서 기후 취약계층이 직접 재정적 지원을 신청할 수 있는 ‘기후 보호 기금’을 운영하고 있어 지원 제도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고 있으며, 각 지자체는 기후 상담사를 배치하여 주민이 맞춤형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주거 개선을 넘어 개인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존중하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복지와 기후정책의 통합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방글라데시의 정책 : 지역공동체 중심의 기후 회복력 강화
방글라데시는 매해 해수면 상승과 사이클론 등으로 인해 해안 지역 빈민층의 삶은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어 기후 위기로 가장 심각한 피해를 당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정부와 국제 NGO는 협력하여 지역공동체 기반의 기후 적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여성 리더십을 기반으로 한 마을 단위 방재 조직을 구성하고, 이들을 통해 조기 경보 시스템, 식량 저장소, 태양광 기반 대피소 등을 운영해 한 마을이 다 함께 기후 재난에 대응합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취약한 가구를 대상으로 '기후복원력 적립 계좌(Climate Resilience Savings Account)'를 운영해 일정 금액을 비상용으로 적립하고 재난 시 빠르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구조는 소액 금융과 기후복지의 융합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방글라데시의 사례는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공동체와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기후 대응 역량을 키워가는 모델로서 공공-민간-주민의 3자 협력 구조가 어떻게 효과적인 대응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호주의 정책 : 원주민 및 농촌 고령자 대상 맞춤형 기후 서비스
호주는 국토가 매우 넓어 다양한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역별 맞춤형 기후 대응 전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외곽 농촌 지역이나 원주민 커뮤니티는 기후 변화에 가장 민감하면서도 지원에서 소외되기 쉬운 집단으로 여겨집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호주 정부는 ‘Remote Area Climate Support Initiative’를 통해 원거리 거주 취약계층을 위한 방문형 기후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후상담사와 의료진이 함께 차를 타고 원주민 마을을 방문해 주택의 단열 상태 점검, 냉방기 설치 여부 확인 등 주거 환경을 확인 후 원주민의 건강 상태도 체크하며 기후 재난시 긴급대피 경로도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한 호주는 장애인 및 고령자의 기후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기후 적응 학습 키트’를 배포하고 있으며 이에는 쉽고 그림 중심의 설명자료가 포함되어 있어, 정보 접근성이 낮은 계층에게 매우 효과적인 도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일본의 정책 : 고령사회 대응형 기후 복지 시스템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은 기후 재난 속에서 노인의 안전을 지키는 데 정책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폭염이 빈번한 여름철에는 전국 단위로 쿨링 스테이션 운영과 함께 재난 약자 등록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를 통해 지자체는 독거노인, 장애인 가구 등을 사전에 등록해 놓고, 기후 재난 예보가 발령되면 자원봉사자와 복지사가 직접 연락하거나 방문을 통해 안부를 확인합니다. 또한 ‘방재복지 연계센터’를 통해 기후 위험 요소에 따른 행동 매뉴얼을 가구별로 제작·배포하고 있으며, 대피소에서도 이동 보조기기, 식사 지원, 응급 의료 서비스가 통합 제공됩니다. 일본의 시스템은 ‘혼자 살 수 있는 능력’보다 지역이 함께 돌본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구축되어 있으며, 기후 대응이 사회적 돌봄 체계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타 국가에 큰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각국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
지금까지 살펴본 여러 나라의 사례는 기후 취약계층 보호에 있어 다양한 정책을 운영하고 있지만, 분명한 공통 원칙은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첫째, 효과적인 정책은 단순한 재난 대응을 넘어선 사전 예방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주거 에너지 개선, 독일의 고단열 설계, 호주의 방문형 점검 서비스 등은 모두 재난이 발생하기 전부터 준비하는 체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둘째, 정책의 중심에 취약계층의 삶의 조건을 고려한 맞춤형 설계가 있었습니다. 일본의 노인 돌봄 체계, 방글라데시의 여성 리더 기반 대응 방식, 호주의 원주민 맞춤 자료 제공 등 행정적인 설계가 아니라 그들의 입장에서 필요한 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셋째, 정부 단독이 아닌 지역사회·민간·주민이 함께 협력하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이는 자원이 적거나 행정력이 부족한 지역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구조이며, 우리나라의 지역사회 복지체계와도 잘 결합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기후변화는 모든 국가, 모든 계층에 영향을 주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가장 깊게 타격을 입는 집단은 기후 취약계층입니다. 주요 국가들은 이미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제도적 보완을 넘어서 삶의 조건 자체를 변화시키는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기후 위기에 대응하면서 복지 정책과 환경 정책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시야를 더욱 넓혀야 하며, 기후 취약계층이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 기후 대응의 핵심 대상이자 정책 설계의 출발점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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