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지금, 폭염과 한파, 홍수, 태풍, 산불 등 다양한 기후재난은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닌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흔한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재난 상황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조건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동에 제약이 있는 장애인에게 기후재난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생존의 위협이 됩니다. 재난 상황에서 빠르게 피할 수 있는 권리, 즉 ‘대피권’은 헌법적 생존권의 연장선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의 대피권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기후 취약계층 중에서도 특히 장애인이 겪는 재난 발생 시 이동권 문제의 실태를 진단하고, 구체적인 사례와 통계를 통해 그 심각성을 살펴본 뒤, 향후 제도적 개선 방향과 정책적 대안을 함께 제시해 보겠습니다.
기후 위기에서 기후 취약계층인 장애인이 처하는 이중고
장애인은 기후재난이 발생했을 때, 단순히 신체적 위험에 노출되는 것뿐만 아니라 정보 접근, 대피 수단, 보호 체계의 부재로 인해 훨씬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은 재난 방송 자막이나 시각 경고를 인지하기 어렵고, 청각장애인은 기상특보나 대피 안내 방송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휠체어 사용자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대피소로 이동하는 데 절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며, 계단이나 경사로 등 구조적 장벽으로 인해 이동 자체가 불가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장애인은 재난 발생 시 독립적으로 대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조할 수 있는 인력이나 체계는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재난을 경험하더라도 장애인이 겪는 피해는 훨씬 심각하고 두렵게 느껴지며 회복에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후 취약계층인 장애인의 대피 어려움
국내 연구자료와 정부 보고서를 살펴보면 실제 통계를 통해 장애인의 기후재난 대피권이 얼마나 열악한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응답자 중 62% 이상이 “재난 상황에서 대피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답했으며, 휠체어 이용자의 71%는 “대피소로 이동이 어렵다”고 응답했습니다. 또한, 대피소에 장애인을위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아 대피소에 어렵게 도착하더라도 실제로 머무를 수 없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와 함께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안내가 부재하거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지도, 음성 유도 장치 등의 미비로 인해 재난 정보 전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다수 존재합니다. 즉, 장애인은 재난 상황에서 물리적인 이동뿐만 아니라 정보·환경·의사소통 등 다층적인 장벽에 동시에 부딪히면서 기후재난은 장애인들에게 매우 답답한 상황입니다.
구조적인 문제: 기후 취약계층인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재난 시스템
기후 취약계층인 장애인의 대피권이 보장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의 재난 대응 체계가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장애인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이 부족합니다. 첫째, 대부분의 대피소가 장애인을 위한 이동 동선이나 화장실, 침구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경우, 비상구 계단이나 출입문이 장애물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대피소로 접근조차 힘듭니다. 둘째, 재난경보 시스템은 시각 또는 청각 중 한 가지 수단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시청각장애인에게는 무용지물이 되기도 합니다. 수어 통역 없이 뉴스가 진행되거나 휴대폰 앱이 텍스트 기반으로만 제공되는 경우, 정보가 차단되면서 이는 곧바로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 있습니다. 셋째, 대부분의 지역은 재난 대응 인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장애인을 위한 전담 인력이나 훈련된 돌봄 지원 인력은 매우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의 생존권 보장 문제입니다.
기후 취약계층인 장애인의 위기 상황 사례
2022년 여름,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반지하 주택들이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중에는 지체 장애를 가진 중증 장애인이 거주하던 가구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침수가 시작되었을 때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는 데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면서 결국 구조 요청에도 불구하고 사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또한 한 청각장애인은 태풍 경보가 발령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휴대폰 재난 문자 알림의 내용을 인지하지 못해 대피하지 못한 사례도 보고되었습니다. 당시 안내 방송에 수어 통역이 없었고 대피소 위치를 안내하는 시각 정보 역시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례는 모두 재난 대응 체계가 장애인의 입장에서 설계되지 않았을 때 그들에게 어떤 위험이 발생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기후 취약계층인 장애인의 대피권을 위한 국내 정책 현황
현재 정부는 ‘재난 약자 보호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장애인 대상 대피 매뉴얼과 시설 기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국민안전처에서는 2019년 이후 ‘취약계층 재난안전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장애인 대피 체험훈련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복지부와 협력하여 ‘장애인 안전 정보 제공 체계’ 구축이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으며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다중 언어 알림 시스템도 개발 중입니다. 그러나 아직 전국 단위의 표준화된 대피 매뉴얼이나 법적 강제성 있는 시설 기준은 부족한 상태이다 보니, 시스템이 있더라도 장애인이 직접 사용할 수 없거나 현장 적용성이 낮다는 현실적인 문제점이 있습니다.
기후 취약계층인 장애인의 대피권 보장을 위한 개선 방향
장애인의 기후 위기 대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첫째, 장애 유형별 맞춤형 대피 매뉴얼을 보급해야 합니다. 시각, 청각, 지체, 발달장애 등 유형별로 세분화된 행동 지침 마련하고 그림, 음성, 수어, 점자 등 다양한 매체로 구성해 누구든 대피 메뉴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대피소의 장애인 접근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법정 기준을 강화하여 장애인용 화장실, 경사로, 자동문 등 설치를 의무화해서 대피소에서도 장벽 없이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휠체어 공간, 조용한 쉼터 등 감각과 심리적 특성을 고려한 공간을 구성해 심리적 안정을 위한 장소도 필요합니다. 셋째, 정보 접근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기상 경보, 대피 경보 등에 음성, 자막, 진동 등 통합 알림을 제공하고 휴대기기 연동형 앱, 수어 뉴스, 긴급 상황용 그림 안내 카드 보급해 긴급 재난 시에 바로 경보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넷째, 동행 보조 인력 배치 및 지원입니다. 재난 시 장애인을 위한 지역 돌봄 인력, 구조 지원 인력을 확보해 대피권을 보장해야 하며 사전등록제를 통해 위기 시 구조 요청 대상자를 명확히 파악해 구조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재난 대비 훈련의 장애인 참여를 확대해야 합니다. 정기적인 대피 훈련에 장애인 포함하고 사회복지기관, 특수학교와 연계해 실제 참여 기회를 제공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실제 상황이 발생 시 당황하지 않고 대피 메뉴얼에 따라 신속 정확하게 대피 할수 있도록 훈련합니다. 기후 위기 대응에서 ‘대피’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입니다. 그리고 그 대피가 모든 이들에게 동등하게 가능해야 비로소 안전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장애인은 정보, 이동 수단, 구조 지원에서 반복적으로 배제되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 부족이나 예산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인식과 정책 우선순위의 문제입니다. 앞으로의 기후 정책은 단순히 날씨와 에너지 문제를 넘어 사람 중심, 특히 가장 취약한 사람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장애인의 대피권 보장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기후취약계층'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후위기 속 돌봄노동자의 역할과 기후 취약계층 지원 현황 (0) | 2025.07.12 |
---|---|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커뮤니티 디자인과 공간복지의 중요성 (0) | 2025.07.11 |
기후 취약계층 문제 해결을 위한 글로벌 사례 비교 (0) | 2025.07.11 |
기후 취약계층 관련 가짜뉴스와 오해 바로잡기 (0) | 2025.07.09 |
기후 취약계층을 주제로 한 연구 논문 및 통계 자료 요약 (0) | 2025.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