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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취약계층

기후 취약계층인 기후 이주민과 이주 노동자의 기후 불평등

기후 위기는 단지 온도의 변화나 자연재해의 증가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 이면에는 사회적 불평등, 경제적 격차, 국경을 초월한 이동성 문제까지 포함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새로운 인도주의적 위기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 이주민’이라 불리는 집단은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 그들이 살아온 생존 터전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할 수밖에 없게 된 사람들로 현재 세계적으로 그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후 이주민과 이주 노동자의 기후 불평등

한편, 한국 내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역시 기후 위기 앞에서 매우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열악한 주거환경, 장시간 고강도 노동, 정보 접근의 어려움 등의 원인으로 기후 취약계층인 이주 노동자는 기후 불평등이라는 상황에 부닥치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기후 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이주 문제 그리고 국내 거주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기후 취약성을 중심으로 실태와 원인, 정책적 과제 등을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기후 취약계층인 기후 이주민의 정의

‘기후 이주민(Climate Migrant)’은 기후 변화 또는 자연재해로 인해 해수면 상승, 사막화, 산불, 가뭄, 홍수 등이 발생해 더 이상 원래의 지역에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타지역 혹은 타국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처럼 자발적이거나 비자발적으로 이주를 하게 된 사람들을 말합니다. 즉, 기후 이주는 단순히 ‘날씨가 안 좋아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인권 문제와도 직결됩니다. 세계적으로 기후 이주민의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유엔 산하의 국제이주기구(IOM)는 2050년까지 약 2억 명 이상의 기후 이주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합니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 아프리카, 남미 등 기후 위기에 취약한 지역에서 이동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한국 역시 기후 이주를 수용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 속 기후 이주민 수용 현황

현재 한국은 공식적으로 환경이나 기후 사유로 입국한 이주민에 대해 난민 지위나 특별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체계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즉, ‘기후 이주민’이라는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태풍, 사이클론, 산불 등으로 인해 조기 귀국이 불가능한 외국인, 기후 재난을 피해 한국으로 입국한 취약 국가 출신 이주민이 이미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대부분 관광비자나 단기 체류 신분으로 머물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불안정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이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기후 정의(Climate Justice)를 실현하려면 기후 이주민을 새로운 사회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관점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는 난민 수용 문제를 넘어선 기후 대응과 인권 보장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고려하는 과제입니다.

기후 취약계층인 이주노동자가 겪는 기후 불평등의 실태

한국 내 이주노동자들 역시 기후 위기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이고 심각하게 받는 집단 중 하나입니다. 이주노동자는 대부분 폭염, 한파, 미세먼지 등 기후 재난에 매우 취약한 야외 또는 밀폐된 환경에서 제조업, 농축 산업, 건설업 등에 종사하며 고강도 노동을 수행합니다. 이러한 작업 환경은 실제로 매년 여름철 온열질환으로 인한 이주노동자 사망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수의 이주노동자는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가건물 등에 거주하며 냉난방 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환경에서 생활합니다. 이는 여름철 폭염이나 겨울철 한파에 대비하기 힘든 주거환경입니다. 또한 주거지가 산비탈, 하천 근처, 고지대 등 기후 취약지역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침수나 산사태에 그대로 노출되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언어 장벽과 정보 접근성의 한계로 인해, 재난 예보, 건강 경보, 대피 정보 등에 대한 이해와 대응 능력도 현저히 낮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주노동자는 생계를 위해 가장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면서도 그 어떤 보호 장치도 갖지 못한 채 사회의 안전망 밖에 놓여 있습니다.

기후 취약계층인 이주노동자를 위한 기후 복지정책

현재 국내 기후 관련 복지정책은 내국인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이주민이나 외국인을 위한 특별한 대응 체계는 매우 미비한 상황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의 장벽입니다. 예를 들어 무더위 쉼터에는 외국인을 위한 안내 표지나 다국어 매뉴얼이 부재한 경우가 많으며 냉방 물품, 방한 키트, 재난 문자 등도 대부분 한국어로만 제공되어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일부 지자체에서 다문화가족센터를 통해 기초적인 정보 전달을 시도하고 있지만 단기 체류자나 미등록 이주민은 그 대상에서조차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산업 현장에서 이주 노동자는 폭염 대응 장비나 휴식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고용주 제재는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이주노동자는 기후 위기 속에서 ‘노동력은 활용되지만, 생존권은 보장되지 않는’ 이중 구조 안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기후 불평등 해소를 위한 해외 사례 

다양한 국가에서는 이미 기후 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해 이주민을 포함한 소외계층을 위한 특별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극한기후 보호법(Extreme Weather Protection Act)을 통해 저소득 이주민과 난민을 포함한 모든 취약계층에게 냉난방 공간, 대피소, 긴급 보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독일 베를린시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다국어 폭염 안내 체계를 구축하고 여름철에는 공공기관과 기업에 이주민 대상 ‘기후 보호 건강 설명회’ 참석 의무화를 적용합니다. 호주는 농촌 지역 이주노동자 대상 모바일 건강진료소와 이동형 쿨링쉘터를 운영해 거주지나 작업장과 가까운 곳에서 긴급 대응이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단순히 이주민을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기후 대응의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시선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적 제안

기후 이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후 이주민의 법적 지위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기후 환경 요인을 이주 사유로 인정하는 ‘기후 난민 특례’ 제도를 신설해 체류 안정성과 건강권 보장을 위한 행정 지침을 수립해야 합니다. 또한, 기후 이주 관련 국제 협력을 강화해 기후 난민 수용 국가들과의 정보 교류 및 공동 대응을 선언하고 기후 이주민의 문화, 언어, 건강을 고려한 통합정책 연구를 추진해야 합니다. 이주노동자를 위한 실질적인 보호와 권리 보장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 방향이 제시될 수 있습니다. 첫째, 기후 대응 산업 현장 가이드라인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장에 대해 폭염·한파 대응 장비와 휴게 시간 보장을 의무화하고 위반 시 행정처분 및 사업장을 공개하는 제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주노동자 전용 쉼터 및 재난안전 키트를 보급해야 합니다. 여름·겨울 시즌별로 이주노동자 거주지 밀집 지역에 쿨링존, 방한 쉼터를 확보해 접근성이 편리하게 해야 하며 정부·지자체 연계 긴급 대응 키트(손전등, 응급약, 마스크 등) 보급을 확대해 스스로 기후 재난을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기후 이주민과 이주 노동자에게 가장 큰 장애물은 언어입니다. 다국어 기반 재난 정보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재난 문자, 날씨 경보, 대피소 정보 등을 영어, 베트남어, 태국어, 우즈베크어 등으로 제공하고 음성 안내, 그림 카드 등을 이용해 접근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결론

기후 위기는 단지 날씨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사회의 문제이며, 국경과 언어, 국적을 초월한 ‘생존의 위기’입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이주민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땀 흘리며 살아가지만 가장 위험한 환경에 놓인 이주노동자들은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기후 재난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한국 사회를 함께 구성하는 중요한 일원입니다.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은 단지 인도주의적 선택이 아니라 우리가 더 건강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 조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