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취약계층

기후 취약계층과 일반인의 에너지 소비 패턴 차이

theokh0918 2025. 6. 27. 20:07

기후 위기 시대, 에너지는 단순한 편의가 아닌 생존과 직결되는 자원이다. 난방, 냉방, 조명, 가전제품 등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것이 에너지를 통해 유지되며, 특히 폭염이나 한파와 같은 기후재난이 잦아질수록 에너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동일한 조건에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후 취약계층은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해 에너지 접근성과 사용량이 제한된 사람들로, 일반인과 비교할 때 전력 소비 패턴과 목적, 심리적 사용 방식 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같은 폭염이나 한파라도, 어떤 이는 하루 종일 냉난방기기를 틀어놓고 생활하지만, 또 다른 이는 선풍기조차 마음껏 켜지 못하거나 따뜻한 물주머니만으로 더위와 추위를 견디면서 하루를 보낸다. 이러한 에너지 소비의 불균형은 단순한 ‘소비 성향의 차이’가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과 직결된 사회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기후 취약계층과 일반인의 에너지 소비 패턴이 어떤 점에서 다르고, 그 차이가 왜 중요한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기후복지 정책의 필요성과 방향성에 대한 인식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기후 취약계층의 에너비 소비 패턴

 

기후 취약계층의 에너지 접근성 자체의 차이: 선택이 아닌 불가피한 제한

일반 가정은 전기, 가스, 수도 등 필수 에너지원에 접근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기후 취약계층은 이러한 에너지 접근성 자체가 제한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쪽방촌, 고시원, 반지하 주택 등의 경우 냉난방 시설이 부실하거나, 가스가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전기요금이 월세에 포함된 형태로 청구되어 사용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냉방이 절실한 여름철, 에어컨을 갖추지 못하거나, 있어도 작동시키지 못하는 가구가 많다. 반면 일반인은 설령 더운 날씨에도 ‘선택적’으로 에너지 사용을 조절할 수 있다. 즉, 일반인의 에너지 절약은 ‘환경을 위한 실천’일 수 있지만, 기후 취약계층에게는 생존을 위한 절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기후 취약계층은 기본적인 생활 환경을 유지하는 데조차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태, 즉 에너지 빈곤(Energy Poverty)에 놓여 있다.

기후 취약계층의 에너지 사용 목적의 차이: 생존 vs 생활의 질

기후 취약계층은 에너지를 사용할 때 ‘생활의 질 향상’을 위한 목적보다는 ‘최소한의 생존’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예를 들어, 일반 가정은 여름철 냉방과 함께 음식 보관용 냉장고, 공기청정기, 제습기, 세탁기, 건조기 등 다양한 목적의 가전제품을 자유롭게 활용해 더위와 상관없이 쾌적한 삶을 유지한다. 반면 기후 취약계층은 냉장고조차 작은 소형 제품을 사용하거나, 전기료 부담으로 냉장 기능을 끄고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냉방기기 대신 부채, 물수건, 얼음물 등에 의존하고, 난방이 필요한 시기에는 온수보다는 찬물 샤워를 선택하게 된다. 이러한 차이는 에너지 사용의 ‘질’을 극단적으로 구분 짓는다. 일반인은 편리함, 위생, 쾌적함, 여가 등을 위해 에너지를 사용하지만, 기후 취약계층은 기초적인 신체 기능 유지와 질병 예방을 위한 수단으로 에너지를 소비한다. 결국, 에너지가 단순한 공공재가 아닌 삶의 수준을 결정짓는 지표가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기후 취약계층의 사용 시간대와 빈도의 차이: 패턴의 단순화

에너지 사용 시간대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드러난다. 일반 가정은 아침부터 밤까지 일정하게 에너지를 분산 소비한다. 조명을 켜고, 음식을 만들고, 세탁기를 돌리고, 퇴근 후 에어컨을 틀고 TV를 보는 등 다양한 시간대에 소비가 발생한다. 하지만 기후 취약계층은 특정 시간대에만 제한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으로 전기요금이 가장 낮은 심야 시간에만 온열기기나 선풍기를 잠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이나 ‘가장 추운 새벽’에는 에너지 사용을 줄이거나 끄는 경우도 있다. 이는 오히려 건강상 더 위험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기후 취약계층의 에너지 사용 패턴은 단순화되고 제한적이다. 다양한 기기나 시간대를 활용하지 못하고, ‘최소 시간, 최소 범위’의 에너지 소비에만 머물게 되는 구조다.

기후 취약계층의 계절별 소비 격차: 극단적인 에너지 소비 불균형

일반 가정의 경우, 계절에 따른 에너지 소비 증가는 통상적이다. 여름철에는 냉방으로, 겨울철에는 난방으로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하지만, 이 과정에서 건강이 위협받을 정도로 극단적인 변화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기후 취약계층은 여름과 겨울에 극단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거나 포기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여름에는 냉방 없이 생활하다가 열사병이나 탈수 증상을 겪고, 겨울에는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하거나 심지어 보일러를 아예 끄고 지내는 사례도 있다. 특히 독거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가구는 계절별로 급격한 건강 악화를 경험하며, 폭염·한파 속에서 구조 요청조차 어려운 고립 상태에 놓이게 된다. 반면 일반인은 에너지를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계절 변화에 대응하지만, 기후 취약계층은 에너지 사용을 ‘감소시키거나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이러한 극단적 불균형은 계절성 사망률 증가로까지 이어지는 매우 위험한 문제다.

기후 취약계층의 심리적 요인: 불안감과 죄책감이 지배하는 에너지 사용

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심리적인 차이는 분명하게 나타난다. 일반 가정은 에너지 사용에 있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불편함이나 불안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기후 취약계층은 에너지를 사용할 때마다 요금 청구에 대한 불안감을 지속적으로 느낀다. 많은 저소득 가구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고 ‘다음 달은 줄여야겠다’고 결심하며, 가스요금이 밀리지 않게 하기 위해 한겨울에도 온수를 줄이거나 외출복을 집에서도 입는 일이 일상이다. 또한 일부는 ‘전기를 너무 많이 쓰는 게 아닐까’ 하는 죄책감과 눈치를 느끼며, 공공시설이나 쉼터에서 에어컨 앞에 오래 머무르는 것조차 꺼리는 경우도 있다. 에너지 사용 자체가 ‘눈치 보는 행동’이 되는 상황은 매우 비정상적이다. 심리적 위축은 건강 유지와 사회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결국 기후 취약계층의 생활 만족도와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저하시킨다. 이처럼 기후 취약계층과 일반인의 에너지 소비 패턴은 단순한 소비 습관의 차이가 아니다. 그 차이는 접근성, 사용 목적, 시간대, 계절 반응, 심리 상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격차는 개인의 선택이나 습관이 아닌, 사회 구조와 제도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기후 취약계층이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받고, 건강하고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에너지 복지 시스템, 지원 정책, 정보 접근 구조의 개선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