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취약계층

기후 취약계층의 정의와 구분 기준

theokh0918 2025. 6. 25. 16:54

기후변화는 이제 더 이상 특정 국가나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지구의 온도는 점점 올라가고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한파·폭염·홍수·가뭄 등 다양한 기후 재난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재난은 모두에게 똑같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는 가벼운 불편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 된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응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재난이 반복될수록 삶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처럼 기후 위기 속에서 더 쉽게 피해를 당하고, 회복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들을 우리는 ‘기후 취약계층’이라고 부른다.

기후 취약계층의 정확한 정의와 구체적인 구분 기준

하지만 이 용어는 아직도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지며, 구체적인 정의나 구분 기준도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글에서는 기후 취약계층의 개념을 정리하고, 이를 구분하는 기준과 사회적 함의를 상세히 설명한다.

기후 취약계층이란 무엇인가?

‘기후 취약계층’이라는 용어는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기후 환경에 대해 취약한 계층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더위나 추위에 민감한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후 취약계층은 기후변화에 따른 다양한 재난이나 환경 변화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피해를 당하였을 때 회복하거나 대처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여기에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심리적 요소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여름철 에어컨 없이 생활하는 독거노인, 홍수 위험 지역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정보 접근성이 낮은 장애인이나 외국인 노동자 등이 해당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의료적, 경제적, 심리적인 피해까지 포함하므로, 피해의 복구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고 또한 이러한 피해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기후 취약계층은 외부 자원이 없이는 상황을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로, 단순한 ‘환경 민감 계층’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 내에서 상대적 약자로 기능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기후 취약계층을 판단하는 3가지 기준

기후 취약계층은 아래 세 가지 핵심 기준을 바탕으로 분류된다. 이 기준은 UN,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등 국제기구에서 제안하고 있으며, 한국의 기후 정책에도 점차 반영되고 있는 구조다.

첫 번째 기준: 기후 노출성(Exposure)

기후 노출성이란 특정한 기후 재해에 얼마나 자주, 심하게 노출되는지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매년 여름마다 폭염경보가 발효되는 지역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침수 상습지역의 반지하 주택에 사는 시민들은 고위험군에 속한다. 특히 도시 열섬 현상이 심각한 지역일수록  열사병, 열부종 등의 온열 질환 발생률이 높다.

두 번째 기준: 감수성(Sensitivity)

감수성은 해당 기후변화 요인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지, 즉 동일한 조건에서도 누가 더 큰 피해를 당하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예컨대, 38도 폭염이 발생했을 때 일반 성인은 하루 정도 불편함을 느낄 수 있지만, 고령자나 심장질환을 앓는 환자는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유아, 노인, 만성질환자, 임산부 등은 높은 감수성을 가진 인구군이다.

세 번째 기준: 적응 능력(Adaptive Capacity)

기후재난에 대한 회복력 혹은 대응 능력을 말한다. 냉·난방기기를 구비하거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능력, 또는 지역 공동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자원이 이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같은 폭염 상황에서도 고소득층은 에어컨이 있는 실내에서 생활하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높은 정보 접근성으로 기후재난에 대비할 수 있으나, 쪽방촌에 사는 저소득층은 그럴 여력이 없어 실질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
이 세 가지 기준이 합쳐질수록 위험도는 높아진다. 따라서 정책 설계 시에도 이 기준을 중심으로 다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기후 취약계층은 누구인가?

한국에서는 이미 수많은 시민이 기후 취약계층에 해당하고 있지만, 아직 정책이나 통계에서 이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노인 단독 가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의 상당수는 냉·난방 설비가 부족한 낙후된 주거환경에서 홀로 거주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폭염이나 한파가 왔을 때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에너지 빈곤층 역시 심각한 문제다. 에너지 빈곤층이란 고효율의 냉·난방 기기를 사용하려면, 소득의 상당 부분을 냉·난방비에 지출해야 하는 계층으로 한파와 폭염 속에서 에너지 절약을 강요받는 상황에 놓여 있다.
또한 정보 취약계층도 있다. 고령자,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등은 기후재난 발생 시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지 못해 대처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23년 여름, 서울에서 사망한 열사병 사망자 중 상당수가 고령자이자 단독가구였고, 그중 다수는 에어컨이 없는 주택에 거주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에는 기후 이주민, 농어촌 거주자, 한부모 가정도 새로운 취약계층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는 기후 변화가 특정 환경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구조와 경제 기반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기후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정책 방향

기후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은 단편적인 보조금 지급이 아닌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로,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이 필수다. 각 지역의 인구 구성, 주거 환경, 기후 노출 정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후 위험 지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로, 정보 전달 방식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기후 정보는 온라인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어 정보 접근성이 낮은 계층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마을 방송, 행정복지센터 알림, 주민 대상 오프라인 교육 등의 보완 시스템이 중요하다.

셋째는 주거 및 에너지 복지의 확대이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단열 보강, 고효율 냉·난방기 보급, 에너지 바우처 제도 확대는 생활의 질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쿨루프(태양열 반사 지붕) 시공을 통해 여름철 실내 온도를 3~5도 낮추는 프로젝트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또한 편의점과 경로당을 기후 동행 쉼터, 무더위 쉼터로 지정해 한파와 폭염을 피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다. 이러한 정책은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닌, 실질적인 재난 예방 효과를 가져온다.
마지막으로, 정부 부처 간의 통합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현재는 환경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여러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기후 취약계층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예산의 중복과 정책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 향후에는 ‘기후 취약계층 보호법’과 같은 통합 법안이나, 전담 기구 설립을 통해 일관되고 지속적인 정책이 운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