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취약계층

기후 취약계층이 겪는 대표적인 피해 사례 분석

theokh0918 2025. 6. 26. 22:56

기후변화는 단순히 날씨가 더워지고 추워지는 차원을 넘어, 인간의 생존과 존엄에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는 사회적 재난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기후재난의 충격은 모두에게 동등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같은 폭염이라도 어떤 이는 시원한 실내에서 생활하며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또 다른 이는 냉방기기조차 사용하지 못한 채 생명을 위협받는다. 바로 이러한 차이는 ‘기후 취약계층’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기후 취약계층의 피해사례

기후 취약계층은 기후재난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그에 대한 대응 수단이나 회복 능력이 부족한 집단이다. 이들은 구조적으로 불리한 주거환경, 낮은 정보 접근성, 건강 취약성, 사회적 고립 등의 문제를 겪고 있으며, 기후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가장 심하게 피해를 당한. 그 피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명 위협, 재산 손실, 정신적 외상으로까지 이어진다. 이 글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국내외 사례를 중심으로, 기후 취약계층이 실제로 어떤 피해를 겪고 있는지를 유형별로 정리·분석한다.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실제 사람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가 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기후 취약계층의 폭염으로 인한 직접 피해: 냉방 사각지대의 현실

폭염은 기후 취약계층에게 가장 잔혹한 재난 중 하나다. 2023년 여름, 서울의 한 쪽방촌에서 78세 독거노인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사인은 ‘온열 질환’이었다. 그의 방에는 낡은 선풍기 한 대가 있었고, 에어컨은 설치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노인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선풍기도 자주 끄고 지냈다고 한다. 이 사례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냉방 접근성의 격차가 생명을 위협하는 실제적 위험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노인의 거주지 인근에 무더위쉼터가 운영되고 있었지만, 노인은 위치를 몰랐고, 거동이 불편해 방문도 어려웠다. 이처럼 기후 취약계층은 냉방기기 보유율이 낮고, 주거 구조가 열을 머금기 쉬운 구조여서, 폭염이 반복될수록 생명 위협 수준의 피해를 입는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사망자의 6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였고, 그중 상당수가 혼자 거주하거나 생활 여건이 불안정한 사람들로 확인되었다.

기후 취약계층의 한파로 인한 간접 피해: 난방비 부담과 건강 악화

겨울철 한파도 기후 취약계층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다. 서울 금천구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는 80세 부부가 추위에 떨다가 동사 직전 병원에 실려 간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오래된 보일러를 쓰고 있었고, 전기장판 외에는 따뜻한 장비가 없었다. 난방비가 너무 많이 나올까 봐 오래된 보일러조차 켜지 않았다고 한다.

한파의 피해는 곧 건강의 위협으로 이어진다. 특히 심장질환, 고혈압, 뇌졸중 등의 지병을 가진 고령자들은 저체온증과 순환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일이 잦다. 하지만 의료 접근성도 떨어지는 기후 취약계층에게는 병원 방문 자체가 또 하나의 장벽이다. 한파는 직접적인 사망만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만성 질환 악화, 우울증 증가, 근육 마비 등 다양한 간접 피해를 낳는다. 특히 사회복지 혜택에서 소외된 1인 가구 노인의 경우, 외부와의 소통 단절로 구조 요청조차 어려운 상황에 빠지기 쉽다.

홍수와 침수 피해: 주거 불안정이 낳는 재난의 반복

기후 취약계층이 겪는 또 다른 대표적인 피해는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다. 2022년 서울 강남 일대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을 때,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에서 40대 여성과 그 가족이 침수로 인해 숨졌다. 이들은 반지하에 살고 있었고,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피할 틈조차 없이 변을 당했다. 반지하·쪽방·노후 단독주택 등은 대부분 배수 시스템이 미비하거나, 침수 위험 지역에 위치해 있다. 기후 취약계층은 이런 곳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임대료가 저렴하기에 이외에 다른 주거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침수 피해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주거지 침수는 곧바로 가전제품 손상, 곰팡이 발생, 감염병 노출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는 건강 악화와 정신적 불안을 낳는다. 정부는 도시계획을 통해 반지하 거주지를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기후 취약계층에게는 여전히 안전한 주거 선택권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후 취약계층의 정보 격차로 인한 피해: 재난 대피 실패와 구조 지연

많은 기후 취약계층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 디지털 장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폭우나 폭염, 태풍이 닥쳤을 때 정부는 문자메시지나 앱 알림으로 재난 정보를 전달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고령자나 외국인 노동자, 시청각 장애인은 이런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지 못한다. 2021년 대전에서 폭우로 하천 범람이 예상되었을 때, 70대 남성은 해당 사실을 모르고 산책을 하러 나갔다가 실종된 사례가 있었다. 구청에서는 긴급 문자를 보냈지만, 그는 ‘2G폰’을 사용 중이라 해당 문자를 받지 못했다. 또한 재난 대피소나 무더위쉼터에 대한 정보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 정보 접근성이 낮은 사람들은 어떤 대피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결국 정보 접근성 격차는 기후 취약계층에게 재난 대피 실패와 구조 지연이라는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다.

기후 취약계층의 심리적 외상과 사회적 소외: 보이지 않는 후속 피해

기후 재난은 물리적 피해로만 끝나지 않는다. 기후 취약계층이 반복적으로 겪는 재난은 심리적 외상과 우울증, 고립감 등 보이지 않는 피해를 남긴다. 실제로 침수 피해를 입은 60대 여성이 인터뷰에서 “비만 오면 잠이 안 온다. 이번엔 우리 집일까 봐 불안하다”고 말한 사례가 있다. 그녀는 단지 한 번 침수 피해를 입었을 뿐이지만, 그 공포는 매년 장마철마다 되살아난다고 했다. 이런 피해는 기후 외상(climate trauma) 또는 기후 불안(eco-anxiety)이라는 용어로도 설명된다. 특히 고령자나 만성 질환자, 저소득 독거인에게는 이러한 심리적 피해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사회복지나 의료 체계에서 이들을 위한 정신건강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며, 결국 이들은 자신이 겪은 피해를 말하지 못한 채 조용히 사회로부터 멀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기후재난 이후의 심리적 회복은 물리적 복구만큼이나 중요하지만, 기후 취약계층은 이 회복조차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기후 취약계층이 겪는 피해는 단순한 불편이나 작은 손해 수준이 아니다. 그 피해는 생명 위협, 건강 악화, 재산 손실, 심리적 트라우마 등 다차원적이고 반복적인 구조적 고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각종 기후 재난 앞에서 반복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기후 취약 계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보조금 지급을 넘어서 실제 피해 유형에 기반한 정교한 복지 시스템과 지역사회 기반의 돌봄 구조 강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