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의 시대, 가장 먼저 영향을 받고 가장 나중에 회복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기후 취약계층’입니다. 기후변화는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게 심각한 생존 위기를 초래합니다.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기후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법적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보호 효과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법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삶의 현장에서 얼마나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현행법적 장치들을 검토하고, 실제 정책 집행 과정에서 어떤 간극이 발생하고 있는지, 그 원인과 개선 방향까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법과 현실 사이의 거리, 그 틈을 메우기 위한 논의가 지금 절실한 시점입니다.
기후 취약계층이란 누구인가?
기후 취약계층은 기후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재난과 그로 인한 피해에 대응하거나 회복할 능력이 부족한 계층을 말합니다. 국내에서는 다음과 같은 집단이 대표적으로 분류됩니다. 고령자 및 독거노인장애인, 만성질환자 저소득층, 반지하, 옥탑방, 쪽방촌 등에 거주하는 차상위계층 주거 취약계층 및 농어촌 고립 가구를 말합니다. 이들은 폭염, 한파, 미세먼지, 침수 등 기후 현상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며, 경제적·신체적·사회적 이유로 대응력이 낮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위한 법적 보호와 행정적 배려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기후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주요 법적 장치
국내에는 기후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법적 장치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개별 법률의 부속 조항에 머무르고 있으며, 통합적이고 구체적인 대응 시스템은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첫 번째「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입니다. 2022년 시행된 이 법은 국가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반적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정 당시 ‘기후 정의(Climate Justice)’를 강조하면서 기후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고려를 포함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예산 배분은 미비한 상태입니다. 두 번째는「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입니다. 이 법은 모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재난관리 체계를 규정하며, 재난 취약계층에 대한 특별관리 조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재난 취약계층’과 ‘기후 취약계층’의 정의가 다르다는 점이며, 적용 시 모호성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에너지 복지법」으로 제정 추진 중입니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상태로 저소득층에게 냉·난방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을 돕기 위한 법안입니다. 아직 제정이 완료되지 않아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법적 보호는 미비한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주거 기본법」 및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입니다. 주거권 보장 및 생계지원 측면에서 기후 취약계층에게 간접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법들입니다. 그러나 기후 재난 상황에 맞춘 긴급 지원 체계나 주거환경 개선 조항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법적 장치와 현실의 간극
법률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간극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원인으로 분절된 법체계입니다. 기후 취약계층 관련 법안은 부처별로 흩어져 있고, 서로 유기적인 연결이 부족합니다. 환경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가 각각 소관하고 있으나 통합 대응 체계가 부재합니다. 두 번째는 모호한 개념 정의입니다. 법령마다 ‘취약계층’의 정의가 상이하고, ‘기후 취약계층’이라는 명확한 법적 정의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에 따라 정책 대상자의 누락이 빈번히 발생하며 정책 설계가 어렵습니다. 세 번째는 실행 예산 및 인력 부족입니다. 법이 있더라도 예산이 배정되지 않거나 전담 인력이 부족하면 무용지물입니다. 예를 들어 기후재난 시 취약계층을 방문 관리할 인력이 지역마다 크게 부족하며 실제 지원이 지연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장 정보 부족입니다. 지자체는 정확한 실태조사 없이 일괄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독거노인, 비등록 외국인 노동자, 임시주거지 거주자 등은 데이터에 누락되기 쉽습니다.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법적 장치와 현실의 간극 사례
2023년 여름철 폭우로 인해 반지하 가구 여러 곳이 침수됐지만 해당 주민들은 구조되지 못한 채 고립되었습니다. 이유는 ‘기후 취약계층’으로 사전에 등록되어 있지 않았고, 행정에서는 사전 정보가 없어 위치 파악조차 어려웠던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또한 겨울철 한파주의보가 내려졌지만, 고령의 독거노인 가정에는 적절한 난방기기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무더위쉼터나 한파 쉼터는 있지만 본인이 먼저 찾아가지 않으면 대상자 파악이 어렵고, 복지사 부족으로 일일 모니터링도 미흡했던 사례입니다.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법적 장치와 현실의 간극을 메꾸는 방법
첫 번째로 기후 취약계층의 법적 정의 통일 및 명문화통해 취약계층을 별도로 정의하고, 각종 법률에 명확히 통합하여 표준화된 정책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것은 예산 편성과 집행 기준을 설정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전제가 됩니다. 두 번째는 통합 관리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환경부, 복지부, 국토부 등 관련 부처의 시스템을 연계하여 기후 취약계층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각 부처 간의 정보 공유가 이루어질 경우, 중복 지원을 줄이고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기초지자체 중심의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기후 재난은 지역 단위에서 발생하므로 읍면동 단위에서 민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생활지원사, 복지공무원, 주민자치단체 등이 실질적인 대응 주체로 나서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법에 따른 예산과 인력 확보 명문화가 필수입니다. 왜냐하면 법률만 제정하고 예산과 인력을 따로 확보하지 않는 관행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합니다. 지방정부에만 책임을 미루지 말고,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과 인력 배치를 명문화해야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될 수 있습니다. 기후 취약계층 보호는 단순한 복지나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정의와 인권의 문제입니다. 법은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법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분절된 법령, 불명확한 정의, 현장 인력 부족, 정보 누락 등은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는 사람들을 무방비 상태로 방치하게 만듭니다. 이제는 법적 장치를 ‘만드는 것’보다 그것을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기후 위기는 앞으로 더 빈번하고 심각하게 찾아올 것이며 그때마다 법과 현실의 간극이 계속된다면 피해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단지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법이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데 실질적으로 쓰이도록 설계하고 집행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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